부모님 병원비를 내가 냈다면 의료비 세액공제는 내가 받습니다 — 나이·소득 요건이 걸리지 않는 유일한 공제
부모님이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병원비를 자식이 결제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연말정산 때가 되면 "부모님은 내 부양가족으로 안 올라간다"는 이유로 그 병원비를 그냥 넘겨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공제가 안 되니 의료비도 안 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입니다. 소득세법은 정반대로 적어 두었습니다. 의료비 세액공제는 나이와 소득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조문에 못 박혀 있는, 몇 안 되는 공제입니다.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조문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 의료비 세액공제는 기본공제대상자를 위해 쓴 돈에 적용되는데, 이때 기본공제대상자는 나이 및 소득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고 소득세법 제59조의4 제2항이 정합니다.
- 즉 부모님이 60세가 안 됐거나, 연금·임대소득이 있어 소득 요건을 넘겨도 의료비만은 공제됩니다. 다만 '생계를 같이 할 것'이라는 요건은 그대로 남습니다.
- 공제율은 15%이고, 총급여액의 3%를 넘는 금액부터 셉니다. 일반 의료비 한도는 연 700만원입니다.
- 본인·6세 이하·65세 이상·장애인·중증질환자 등을 위해 쓴 의료비는 700만원 한도가 없습니다(같은 항 제2호).
- 실손의료보험금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의료비에서 빼야 합니다(시행령 제118조의5 제1항).
기본공제는 막혀도 의료비는 열려 있습니다
부모님을 부양가족으로 올리려면 두 가지를 동시에 넘어야 합니다. 소득세법 제50조 제1항 제3호 가목의 60세 이상, 그리고 같은 호 본문의 연간 소득금액 100만원 이하(근로소득만 있다면 총급여 500만원 이하)입니다. 국민연금을 받거나 작은 상가에서 임대료가 나오는 부모님은 이 소득 요건에서 걸립니다. 그래서 1인당 150만원인 기본공제를 못 받습니다.
의료비는 다릅니다. 제59조의4 제2항은 "기본공제대상자(나이 및 소득의 제한을 받지 아니한다)를 위하여 해당 과세기간에 지급한 의료비"라고 씁니다. 괄호 안 문구가 핵심입니다. 나이와 소득이라는 두 개의 문턱을 의료비에 한해서만 치워 준 것입니다. 부모님이 58세여도, 연금소득이 연 1,200만원이어도 제가 낸 병원비는 공제 대상입니다.
남는 요건은 '생계를 같이 할 것' 하나입니다
나이와 소득이 빠진 자리에 요건이 하나 남습니다. 제50조 제1항 제3호 본문의 생계를 같이 하는 부양가족입니다. 제53조 제1항은 이를 "주민등록표의 동거가족으로서 현실적으로 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주소가 같아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3항이 예외를 둡니다. "거주자의 직계존속이 주거 형편에 따라 별거하고 있는 경우에는 제1항에도 불구하고 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으로 본다." 부모님이 고향 집에 계시고 제가 서울에 살아도, 실제로 제가 생활비를 대고 있다면 요건을 채운다는 조문입니다. 주소를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이 조항 하나를 몰라서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총급여의 3%를 넘긴 금액부터 셉니다
공제액은 쓴 돈 전부가 아닙니다. 제2항 제1호는 "총급여액에 100분의 3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이라고 정합니다. 총급여 5,000만원인 사람이라면 150만원을 넘긴 부분부터입니다. 여기에 공제율 15%를 곱한 금액이 산출세액에서 빠집니다.
이 문턱 때문에 부부가 한쪽으로 몰아 청구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생깁니다. 문턱이 총급여에 비례하므로 급여가 낮은 배우자 쪽에서 3% 선을 먼저 넘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뒤에 적을 중복공제 금지와 함께 따져야 합니다.

700만원 한도가 아예 없는 다섯 부류
일반 의료비는 연 700만원이 한도입니다. 그런데 제2항 제2호는 다음 사람들을 위해 쓴 의료비를 한도 없이 공제한다고 정합니다.
| 구분 | 기준 시점 |
|---|---|
| 해당 거주자 본인 | — |
| 6세 이하인 사람 | 과세기간 개시일 현재 |
| 65세 이상인 사람 | 과세기간 종료일 현재 |
| 장애인 | — |
| 중증질환자·희귀난치성질환자·결핵환자 | 건강보험 산정특례 등록자 |
부모님이 65세를 넘겼다면 여기에 해당합니다. 병원비가 700만원을 넘어가도 잘리지 않습니다. 기준 시점이 6세는 개시일, 65세는 종료일로 서로 다르게 적혀 있다는 점도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형제가 나눠 냈어도 받는 사람은 한 명입니다
형제 셋이 부모님 병원비를 나눠 낸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때 셋이 각자 낸 만큼 공제받을 수는 없습니다. 시행령 제106조 제1항은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거주자의 공제대상가족이 될 수 없고, 신고서에 적힌 대로 그중 1인의 공제대상가족으로 한다고 정합니다.
둘 이상이 서로 자기 쪽으로 적어 냈다면 같은 조 제2항 제2호가 순서를 정합니다. 직전 과세기간에 인적공제를 받은 사람이 우선이고, 그런 사람이 없으면 해당 과세기간의 종합소득금액이 가장 많은 사람이 가져갑니다. 미리 정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될 수 있으니, 병원비를 실제로 부담한 형제끼리 연말정산 전에 한 명을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의료비로 인정되는 항목과 빠지는 항목
시행령 제118조의5 제1항이 열거하는 항목입니다. 병원 진료비와 약값 외에도 생각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 인정 | 한도 |
|---|---|
| 의료기관에 낸 진찰·치료·질병예방 비용 | — |
| 치료·요양을 위한 의약품(한약 포함) 구입비 | — |
| 시력보정용 안경·콘택트렌즈 | 1명당 연 50만원 |
| 보청기, 장애인 보장구, 처방받은 의료기기 | — |
| 노인장기요양급여 본인부담금 | — |
| 산후조리원 비용 | 출산 1회당 200만원 |
반대로 같은 조 제2항은 미용·성형수술 비용과 건강증진용 의약품 구입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명시합니다.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이쪽입니다.
실손보험금을 받았다면 그만큼 빼야 합니다
병원비를 내고 실손의료보험으로 일부를 돌려받았다면, 그 돌려받은 금액은 의료비에서 제외됩니다. 시행령 제118조의5 제1항 괄호가 "실손의료보험금은 제외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이듬해에 받았더라도 의료비를 지출한 해의 의료비에서 차감하는 것이 국세청의 처리 방식이므로, 청구 시점과 무관하게 실제로 보전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본인부담상한제로 환급받은 금액도 그만큼 내가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게 됩니다. 병원비를 많이 쓴 해라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 대상인지부터 확인한 뒤 의료비 공제액을 잡는 순서가 맞습니다. 비급여까지 부담이 컸다면 재난적의료비 지원도 함께 살펴볼 대상입니다.

이미 놓쳤다면 5년 안에 되돌립니다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부모님 병원비를 빠뜨렸다면 그대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뒤 5년 이내라면 경정청구로 다시 계산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절차는 경정청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에서 조회되는 의료비 자료와, 간소화에 안 잡히는 항목이라면 병원이나 약국에서 받은 영수증입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부모님이 생계를 같이 하는지(별거라면 주거 형편에 따른 별거인지) 확인한다 → ②그 해 쓴 의료비를 모으고 실손보험금 수령액을 뺀다 → ③총급여 3%를 넘는지 본다 → ④형제 중 누가 받을지 정한다. 부모님을 부양가족으로 못 올린다는 이유만으로 병원비 자료를 지나쳤다면, 그 부분은 되돌릴 수 있는 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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