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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를 당했다면 — 플랫폼은 어디까지 책임지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은 매일 올라오지만, 정작 "플랫폼은 이 사고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질문에 실마리를 준 사건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주)당근마켓이 '당근'에서 개인 간 중고거래를 중개하면서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이행명령을 부과했습니다. 무엇을 안 했는지를 보면, 반대로 플랫폼이 원래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가 드러납니다.

경제
경제노트 편집팀 경제노트 편집팀·2026.09.23·읽기 7분·조회 22
먼저 결론
  • 중고거래 플랫폼(당근마켓 등)은 대부분 통신판매중개자이지 판매자 본인이 아닙니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가 이 중개자에게 두 가지 의무를 지웁니다.
  • ①자신이 거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화면에 미리 고지해야 하고, ②판매자의 성명·연락처 등 신원정보를 청약 전에 제공해야 합니다.
  • 이 두 의무 중 하나라도 어기면, 판매자의 고의·과실로 생긴 소비자 손해에 대해 플랫폼도 판매자와 연대해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2025년 당근마켓이 이 조항 위반으로 공정위 이행명령을 받았습니다.
  • 다만 계좌 지급정지는 중고거래 사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재화·용역 공급을 가장한 사기"를 명시적으로 제외합니다 — 보이스피싱과는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노트북 화면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중고거래 앱을 들여다보는 손

당근마켓이 최근 공정위 제재를 받은 이유

의무 ① — "나는 당사자가 아니다"를 먼저 고지해야 합니다

전자상거래법 제20조 제1항은 통신판매중개자에게 자신이 통신판매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비자가 청약을 하기 전에 미리 고지하도록 정합니다. 공정위는 당근마켓이 '당근' 초기화면 등에 이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은 점을 제20조 제1항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고지가 있어야 소비자는 "지금 내가 계약하는 상대는 플랫폼이 아니라 옆집 판매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의무 ② — 판매자 신원정보를 청약 전에 확인·제공해야 합니다

제20조 제2항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통신판매중개자는 '지역광고'나 '광고' 같은 이름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의 성명·주소·상호·사업자등록번호·통신판매업 신고 여부 같은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청약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당근마켓이 이 신원정보를 확인·제공하지 않은 점도 별도로 위반 사항으로 지적했습니다. 이 정보가 있어야 사고가 났을 때 판매자를 특정해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실마리가 생깁니다.

공정위 제재는 '이행명령'입니다 — 당근마켓이 소비자 개개인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아니라, 위 두 가지 의무를 지키는 시스템을 갖추라는 명령입니다. 이미 발생한 개별 피해의 배상은 아래에서 설명하는 손해배상책임 조항과 별도의 청구 절차를 통해야 합니다.

택배 상자를 열어보며 물건을 확인하는 남성

두 의무를 어기면 — 플랫폼도 배상책임을 나눠 집니다

이 두 조항이 실제로 무서운 이유는 위반 시 따라오는 책임 때문입니다. 통신판매중개자가 제20조 제1항의 고지를 하지 않았거나 제20조 제2항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 판매자의 고의·과실로 소비자에게 생긴 재산상 손해에 대해 플랫폼이 판매자와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즉 플랫폼이 이 두 가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사기를 친 사람은 따로 있어도 플랫폼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 의무를 다했다면 플랫폼 책임은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조항은 플랫폼에 무조건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고지·정보제공 의무를 다했는지에 따라 책임 여부가 갈리는 구조입니다. 초기화면에 중개자 지위 고지가 돼 있고, 거래 전 판매자 정보 확인 절차(본인인증, 사업자등록번호 확인 등)를 갖춘 플랫폼이라면, 개별 사기 건에 대해 플랫폼에 직접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5년 2월부터 시행된 온라인 다크패턴 6가지 금지 규정도 이런 식으로 플랫폼의 '고지 의무'를 넓혀 가는 흐름과 같은 선상에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플랫폼 이용약관에는 "당사자가 아니므로 거래 내용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 면책 문구가 유효하려면 위 법정 의무를 실제로 이행했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계좌 지급정지, 중고거래 사기엔 안 됩니다 — 많이들 모르는 함정

보이스피싱을 당하면 첫 한 시간 안에 계좌 지급정지부터 신청하라는 말을 흔히 듣다 보니, 중고거래 사기도 똑같이 지급정지가 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을 가장한 행위'를 명시적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물건을 준다고 하고 대금만 받아 잠적하는 중고거래 사기가 바로 이 '재화 공급을 가장한 행위'에 해당해, 은행에 지급정지를 신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참고로 대출을 알선해 준다며 수수료부터 받아 가는 대출빙자형 사기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라 지급정지·환급이 가능합니다 — 같은 '사기'라도 유형에 따라 구제 수단이 갈립니다.)

쇼핑백을 주고받으며 거래하는 두 사람

사기를 당했다면 — 지금 순서대로 하십시오

지급정지가 안 되는 만큼, 중고거래 사기는 초기 대응 순서가 더 중요합니다. 먼저 판매자와 나눈 대화·계좌번호·입금 내역·상품 게시글을 전부 캡처해 증거를 확보합니다. 반품이 가능한 정상 거래였다면 청약철회 7일 규정으로도 풀렸겠지만, 애초에 물건을 보낼 생각이 없었던 사기는 청약철회로 해결되는 범위 밖의 문제입니다. 그다음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이나 가까운 경찰서에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접수합니다. 동시에 플랫폼 안의 신고 기능으로 해당 게시글·계정을 신고해 다른 피해를 막고, 플랫폼이 신원정보 확인·고지 의무를 지켰는지 애매하다면 한국소비자원(국번 없이 1372) 분쟁조정도 함께 신청해 볼 수 있습니다. 피해 금액이 크다면 형사고소와 별도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나 지급명령 신청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순서 정리

①거래 전에는 판매자 신원정보(신원 확인 배지, 거래 후기, 프로필 개설일)를 먼저 확인하고, 가능하면 플랫폼이 제공하는 안전결제(에스크로)를 이용합니다. ②사기가 발생했다면 계좌 지급정지부터 시도하지 말고 — 중고거래 사기는 대상이 아니므로 — 곧바로 증거를 모아 경찰에 형사고소합니다. ③플랫폼이 통신판매중개자 지위 고지나 판매자 신원정보 제공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정황이 있다면, 플랫폼에도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소비자원 분쟁조정을 통해 확인합니다. ④대출빙자형처럼 예외적으로 지급정지가 되는 사기 유형과 헷갈리지 않도록, 내가 당한 사기가 정확히 어떤 유형인지부터 구분해 둡니다.

확인한 자료와 시점(2026-09-23 기준)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주)당근마켓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 제재" — 통신판매중개자 지위 미고지(제20조 제1항 위반), 판매자 신원정보 미확인·미제공(제20조 제2항 위반), 이행명령 부과 확인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통신판매중개자의 의무와 책임)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조문 확인, 고지·정보제공 의무 위반 시 통신판매중개의뢰자와 연대배상책임 확인
·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 법제처(law.go.kr),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을 가장한 행위'는 적용 제외 대상임을 확인(대출빙자형은 적용 대상으로 별도 규정)
· 개별 거래의 실제 책임 소재와 배상 범위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판단은 한국소비자원(1372) 상담이나 법률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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